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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7년만의 외출' 조선일보 기사내용 (성람재단 서울정신요양원 생활인과 숭실중학교 학생들의 여름캠프)
작성자 주님의향기 작성일 2012-07-24  (조회 : 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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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II] '27년만의 외출'

양주 장애인·숭실중 800명 어린이대공원서 여름캠프
원숭이·물개 등 공연에 감탄하고 환호의 박수
"학생들도 장애인에 대해 인식 새롭게 하는 계기"
조선일보 | 서지혜 리포터 | 입력2012.07.24 03:30 | 수정2012.07.24 06:33

기사 내용

지난 18일 오전 서울어린이대공원. 울타리 안의 꽃사슴들이 대규모 관람 행렬에 움찔 뒷걸음질치다가 이내 한 발짝 다가섰다. 짓궂은 어린이 관람객과 달리 서울정신요양원과 숭실중학교의 여름캠프 참가자 800명은 조용하고 질서정연하게 동물원, 식물원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서울정신요양원(권영찬 원장)이 대규모로 나들이를 계획하게 된 것은 올해 초 서울 숭실중학교(민영철 교장)에서 자원봉사할 의향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요양원이 지난 1986년 서울에서 양주시 장흥면의 작은 마을로 이전한 후, 300여명의 생활인들이 다 함께 외부 행사를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번에 숭실중학교 2, 3학년 학생들이 단체로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정한 후, 양측은 나들이 준비에 돌입했다. 학교는 반별로 봉사활동을 나와서 정신장애인과 가까워지는 기회를 가졌고, 요양원은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정신장애의 발병 원인과 생활인을 대할 때 주의사항 등을 사전 교육시켰다.

↑ [조선일보]서울정신요양원과 숭실중학교의 여름캠프에서 한 생활인이 물개와 369 게임을 하고 있다.
↑ [조선일보]서울어린이대공원을 관람하고 있는 서울정신요양원 생활인과 숭실중학생들.
행사 당일, 정신장애인들은 풋풋한 학생들과 귀여운 동물을 만나고도 요양원에서처럼 무표정하고 대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무뚝뚝한 남학생들이 무표정한 생활인들의 손을 먼저 잡아주고 물을 챙겨주고 과자 봉지를 뜯어주는 등 속 깊은 배려를 조심스레 하고 있었다. 대인기피증이 있는 생활인은 짝이 된 학생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주기도 했다.

허동민(숭실중 2)군은 서순애(가명·70)씨의 손을 잡은 채로 "평소에는 장애인들을 피하곤 했는데, 사전교육 시간에 생활인이 된 이유를 알게 된 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꿍에게 즐거우시냐고 물으니 즐겁다 하셨다"며 웃었다.

생활인을 대표해서 최종덕(가명·58)씨는 "손자뻘 되는 학생들이 도우미로 봉사 왔는데 내가 위트가 있다 보니 서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일주일 전부터 철두철미하게 쓰레기는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 등등의 교양을 배웠는데 그게 생활인들에게는 큰 일이고 어제 너무 설레서 잠을 못 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가족이 있는 생활인은 가끔 외출을 하지만, 요양원의 생활인 중 70%인 200명은 보호자가 없다. 지역사회에 지지 기반이 없고, 스스로도 외출을 꺼려하다 보니 요양원 안에서만 생활하는 생활인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27년 만의 첫 외출이 된 것이다.

시종일관 무반응이던 생활인들도 나들이의 하이라이트 동물공연을 관람할 때는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원숭이의 재주 넘는 모습에 놀란 듯 감탄하고, 물개의 영특한 쇼에 박수를 쳤다.

권영찬 원장은 "(요양원에)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있지만, 생활인들이 이렇게 나와서 길가의 지나다니는 차, 같이 온 가족들을 볼 때 분명 감동을 느끼고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접근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두꺼운 구름이 뜨거운 햇살을 가리고, 소나기가 대지를 식히던 날, 생활인과 중학생의 짧은 만남은 단체사진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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